
AI 활용 기업 8년 만에 6.5배 증가… 기업 규모별 디지털 격차는 더 커졌다
국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이 최근 8년 동안 빠르게 확대됐지만 기업 규모와 산업에 따른 활용 수준의 격차는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도입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중소기업은 도입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뎌 기업 간 디지털 전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동향지 ‘THE HRD REVIEW’ 2026년 특별호를 통해 발표한 ‘기업은 어디까지 AI를 쓰고 있나-기업활동조사로 본 AI 활용의 확산과 기업 간 격차’에서 국내 기업의 AI 활용 현황과 산업별·규모별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분석은 국가데이터처 기업활동조사의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진행됐다. 분석 대상은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 원 이상인 회사법인으로, 연간 약 1만2000~1만5000개 기업을 포함한 총 10만6389건의 기업-연도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AI 활용 여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AI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중은 2017년 1.4%에서 2024년 9.2%로 약 6.5배 증가했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최근 2년간 증가세가 더욱 뚜렷했다. AI 활용률은 2022년 4.3%에서 2023년 6.1%, 2024년에는 9.2%까지 상승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전체 기업 가운데 AI를 활용하는 비율은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 이상을 활용하는 기업은 22.3%로 조사돼 AI 활용은 디지털 기술 확산 속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2024년 기준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AI 활용률은 18.0%로 가장 높았으며, 10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은 8.8%, 100인 미만 기업은 6.2%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 규모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2017년에는 300인 이상 기업과 100인 미만 기업 간 AI 활용률 차이가 2.8%포인트였지만 2024년에는 11.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중소기업에서도 AI 도입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기업의 빠른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산업별 활용률 역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정보통신업은 34.5%로 가장 높은 AI 활용률을 기록했으며 교육서비스업 26.5%, 금융·보험업 21.3%, 전기·가스업 15.5%,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11.6% 순으로 집계됐다. 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업무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AI 도입이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분석 대상 기업이 가장 많은 제조업의 AI 활용률은 5.7%로 전체 평균인 9.2%를 밑돌았다. 다만 반도체와 첨단장비 등 일부 기술집약 업종에서는 두 자릿수 활용률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 내부에서도 업종별 차이가 크게 나타나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AI를 활용하는 주요 목적은 제품과 서비스 개발이 59.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조직관리 11.6%, 생산공정 10.5%, 마케팅 전략 수립 10.1%, 판매 분야 8.5% 순으로 나타나 AI가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 활용 기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기업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기업 규모에 따른 활용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AI 도입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솔루션 공급에 그치기보다 바우처 지원, 전문 컨설팅, 공동 활용 인프라 구축, AI 전문인력 양성 등을 기업의 수요에 맞게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제조업 역시 스마트공장 등 기존 디지털 기반 위에 업종별 공정 특성을 반영한 AI 도입 전략과 함께 재직자의 AI 활용 역량 강화와 직무 재설계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석은 AI 활용 여부와 주요 활용 목적을 중심으로 기업의 확산 현황을 파악한 기술통계 분석으로, AI 투자 규모나 활용 강도, 도입 성과, 기술 유형 등을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니라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AI 도입 현황과 산업별 특성,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기초 자료로서 향후 AI 정책과 기업 지원 전략 수립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소개 (사진제공)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1997년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직업교육훈련정책 및 자격제도에 관한 연구와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개발·보급 등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연구사업의 수행’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설립 목적하에 1997년 개원한 이래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