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약과, 그 달콤한 기억
우리에게는 누구나 특정한 맛과 연결된 기억이 있다. 할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 어머니의 김치찌개, 명절마다 식탁에 오르던 그 음식들. 그 맛을 떠올리면 사람이 먼저 떠오르고,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신용주 시인은 제사상에 올랐던 약과 한 조각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따뜻한 시 한 편이 있습니다.
약과
제사 때마다
만나던 너
오늘은
제사도 없는데
내 앞에 있다
그래
우린 오랜 친구
만날 때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
_신용주
시인은 "제사 때마다 만나던 너"라고 말한다. 약과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그 달콤하고 고소한 전통 과자. 하지만 시인에게 약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제사 때마다 만났던 그리운 사람들, 그 시간, 그 공간이 약과 한 조각에 담겨 있다. "오늘은 제사도 없는데 내 앞에 있다"는 문장에서 우리는 시인의 반가움을 느낀다.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난 약과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리고 시인은 약과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 우린 오랜 친구, 만날 때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 제사라는 특별한 날에만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오랜 친구. 이 대화 속에는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 일상 속에서도 그리운 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35년간 제복을 입고 살아오며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만났다. 어떤 이들은 특별한 날만 기다리며 살았고, 어떤 이들은 평범한 오늘을 소중히 여겼다. 그런데 진짜 행복은 후자에게 있었다.
특별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사람들. 그들은 작은 것에서도 기쁨을 찾았고, 익숙한 것에서도 새로움을 느꼈다. 존엄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았다. 평범한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첫걸음이었다.
신용주 시인의 시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아하시 특유의 발견이 있다. 제사라는 형식에 갇혀 있던 약과를, 시인은 "오랜 친구"로 해방시킨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한다. 그리운 것들을 만나는 데 특별한 이유나 때가 필요하지 않다고.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다고.
당신에게도 약과 같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특정한 날에만 만났던,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만나고 싶은 그 무언가. 오늘 그것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괜찮다. "우린 오랜 친구, 만날 때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니까. 일상 속에서 그리움을 만나는 용기가, 오늘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시인 소개

신용주 시인은 윤보영시인학교 감성시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한국감성시협회에서 감성시와 아하시 1기, 2기를 수료하며 일상의 작은 발견을 시로 풀어내는 법을 익혔고, 그 여정은 동인시집 '오늘도 아하!', '내일도 아하!',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숲길을 걷고, 나무를 바라보고, 약과 한 조각에서도 오랜 친구를 발견하는 그의 시선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바꿔놓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