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공지능 기업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의 창업자 량원펑(梁文锋)이 세계 AI 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거대 자본과 첨단 반도체를 앞세운 미국 기업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제한된 환경에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며 세계 시장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 AI가 모방과 추격의 단계를 넘어 독자적인 기술과 개발 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량원펑은 1985년 중국 광둥성 잔장시 우촨에서 태어났다. 교사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2002년 저장대학교 전자정보공학과에 입학했으며, 이후 정보통신공학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서는 저비용 카메라를 활용한 표적 추적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수학과 컴퓨터 비전, 기계학습 지식은 훗날 금융투자와 인공지능 연구를 연결하는 기반이 됐다.
대학 졸업 후 량원펑이 처음 진출한 분야는 금융이었다. 그는 기계학습과 수학적 알고리즘을 주식시장 분석에 적용했고, 2015년 동료들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퀀트펀드 운용사인 하이플라이어(High-Flyer·幻方量化)를 설립했다. 하이플라이어는 방대한 금융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량원펑은 금융회사를 운영하면서도 AI 기초기술 연구를 중단하지 않았다. 하이플라이어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와 자체 AI 연산시설을 구축했고, 단기적인 수익 창출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초 연구에도 장기간 투자했다. 이러한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2023년 인공지능 전문기업 딥시크가 출범했다.
딥시크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24년 말 공개한 ‘DeepSeek-V3’와 2025년 1월 발표한 추론형 모델 ‘DeepSeek-R1’이었다. 특히 R1은 수학·코딩·논리적 추론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보이면서도 모델 구조와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을 채택했다. 이용 비용도 주요 미국 AI 서비스보다 낮게 책정해 세계 개발자와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딥시크가 공개한 V3 학습비용은 약 557만6000달러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다만 이 수치는 최종 학습 단계에 투입된 계산비용을 중심으로 산정한 것으로, 데이터 구축과 선행연구, 인력, 장비 구입 및 전체 시행착오 비용까지 모두 포함한 총개발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제한된 자원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은 세계 AI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량원펑의 경영 방식도 기존 중국 기술기업과 다르다. 그는 해외 유명 연구자를 거액에 영입하기보다 중국 대학을 졸업한 젊은 연구자와 신입 개발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경력이나 직급보다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능력과 연구에 대한 호기심을 중시했다. 경영진이 연구 방향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험하도록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핵심은 ‘독창성’이다. 량원펑은 중국 AI 산업이 오랫동안 해외 기술을 따라가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며, 이제는 중국도 세계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창조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단순히 기존 모델을 더 싸게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모델 구조와 학습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6년 들어 딥시크는 차세대 모델 개발과 사업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장문 처리와 코딩·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V4 계열 모델이 딥시크의 새로운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AI 반도체와의 연산 최적화, 비용 효율 향상, 오픈소스 생태계 확대 역시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딥시크는 로봇기업과의 협력에도 나섰다. 2026년 8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유니트리(Unitree·宇树科技)의 상하이 증시 기업공개 과정에서 1억4080만 위안을 투자해 지분 2.31%를 확보했다. 언어모델을 넘어 로봇이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체화지능’ 분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외부 자금조달과 기업가치에 관한 보도도 이어지고 있지만, 딥시크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투자규모와 기업가치 수치는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량원펑은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보다 범용인공지능 개발과 기초기술 연구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딥시크의 앞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규제, 대규모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개인정보와 저작권 문제, 글로벌 서비스의 신뢰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중국의 인터넷 규제 환경 속에서 세계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투명성과 개방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중요한 시험대다.
그럼에도 량원펑과 딥시크가 세계 AI 산업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본과 반도체의 규모만이 AI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알고리즘 혁신과 연구조직의 자율성, 젊은 인재와 오픈소스 생태계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공학도 출신 창업자가 앞으로 세계 AI의 기술 질서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